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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두바이 여행기 3창작 2024. 4. 28. 14:40반응형
버스에서 내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흰 건물과 옆에 하늘처럼 맑은 파란색 물이다. 건물은 사각형의 형태이다. 두 색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탑들은 위가 전부 뚜껑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돼있고 그 위로는 황금으로 만든 반달 모양의 표지가 있다. (이슬람 사원의 표지)
그런데 가연이가 버스에서 내리자부터 짜증이다. 너무 덥고 피곤해서 견디기 힘든가 보다. 사진 한 장 찍자 해도 협조 안 하고 무조건 안으라고 한다.
새벽 4시부터 9시간 비행하고 시차 때문에 현지 시은 점심이라 저녁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오죽 피곤하면 비행기에서 자다가 실수까지 해버렸다. 몇 년 동안 실수한 적 없었던 애가 말이다. 하는 수 없이 가연이를 업고 먼저 인증사 하나 찍고 오른편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는 화장실도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 화장실로 거리도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
세계 3대 이슬람 사원으로서 유일하게 여성이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원이란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향한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 나라도 언젠가는 남녀평등의 시대가 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저 앞에 같은 일행인 아기 엄마가 들어올 때와는 다른 옷을 입고 있다. 사원 안에서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여럿 봤다.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고 빌려 입었냐고 물었더니 자기 의상이 불합격이라 공짜로 빌려주더란다. 결국 아까 대여해주는 데는 가이드랑 이윤 관계가 있는 곳이었다.
패키지 외국행은 처음이라 몰랐었는데 전체 비용이 싼 대신 자유 시간에 유명한 관광지를 네 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위에서처럼 벌고 현지 특산물들을 서너 배의 가격으로 파는 거였다.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찾아서 문표 끊고 몇 줄 안되는 영어로 길 찾아갈 수 있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그게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거였다. 지식이 돈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그러면 이런 바가지는 안 쓸 수도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가이드도 좀 벌어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유형으로 왕복 비행깃값이랑 호텔 비용을 끊으면 이번 여행 비용이랑 여행 비용이랑 똑같은 가격이다. 오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여행 손님을 받으면 하루에 300원이고 손님을 못 받으면 월급이 하나도 없단다.
오늘은 사람이 많이 없는 편이란다. 경비 아저씨들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니하오 니하오를 연속한다.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증거다. 화장실 입구에는 먼저 무슬림들의 손과 발을 씻는 세면대 비슷한 것이 있다. 무슬림들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얼굴, 머리, 발 등을 깨끗이 하고 들어간단다.
저녁에 호텔에 와보니 심지어 호텔에도 어엿한 세면대를 내놓고 변기통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리고 모든 방마다 천장이든 창가 옆에든 메카 사원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다. 무슬림들은 그 방향으로 매일 기도한다.
이슬람 사원은 전체가 맑고 심플하다. 입구를 따라 사원의 중심에 도착해 보니 천장은 엄청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홀 중앙에는 직선으로 세 개의 커다란 조명이 화려하게 비추고 있고 (아마 황금 제작 같다) 엄청난 크기의 바닥에는 전부 양탄자가 깔려있다. 총건축 비용 55억 달러에 4만 명의 예배자들이 한꺼번에 예배할 수가 있단다. 양탄자는 이란의 1200명 부녀들이 수공으로 제작한 거란다. 전에는 홀 중앙으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바로 입구 쪽에서 밖에 구경이 안 된다.
무석에 있는 유명한 불교사원은 안이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데 비하여 이슬람 사원은 너무나 밝다.
이렇게 웅장한 사원에 가만히 서 있으려니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대신 종교의 위대한 정신이 느껴진다. 엄청난 사람을 한마음 한뜻으로 모아놓는 힘.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그는 인류가 먹이 사슬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단결의 힘이라고 한다.
한 바퀴 돌고 약속 시간대로 모임 장소에 갔더니 다들 안 보인다. 먼저 버스로 갔나 해서 돌아와 보니 아직 한 명도 없다.
마침 기사 아저씨가 앉아 있기에 영어 말도 해볼 겸 얘기를 나눴다. 아저씨는 40대 정도로 고향은 파키스탄이다. 두바이에서 반년 정도는 운전하고 반년 정도는 고향에서 쉰다. 애는 셋이고 와이프랑 고향에서 지내고 있단다.
내가 딸 둘이라고 하니까 아들 하나 더 안 낳느냐고 물어본다. 아들이 안 좋냐고.
좋죠. 물론 좋지만 애 하나 키우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 더 얘기하는데 좀처럼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영어 학원도 2년 다녔건만 통 늘지를 않는다.저녁 식사하러 가는 길에 에티하드 타워,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캐피털 게이트 빌딩 등을 창밖으로 구경했다. 에티하드 타워는 분노의 질주 촬영지로 유명하다. 에미리트 호텔은 전 세계 하나뿐인 8성급으로서 엄청 비싸고 호화로운 호텔이다. 주로 세계 각국의 원수들과 황실 성원들을 접대한다. 일반 호텔 투숙객들은 뒷문으로 드나들고 국가급 원수들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간다.
큰길 양옆에 있는 잔디밭마다 모두 호스로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 워낙 건조한 사막 지역이라 모든 잔디와 나무에 정기적으로 물을 주어야만 살아남는다. 물이 귀한 지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나무와 잔디는 정말 소중한 자원이다. 오죽하면 부의 기준이 정원의 녹화 정도에 있단다.
우리에게는 너무 보편적인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딸애가 지나가다 말한다.
엄마. 저 집은 부자인가 봐요.
왜?
마당에 나무가 엄청 많아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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